한국독서치료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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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개념 전환과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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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내용은 학회지 <독서치료연구> 제 12권 1호에 실린 것으로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독서치료와 문학 및 문학치료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독서치료에서 활용되는 문학적인 것은 옛이야기, 신화, 전설 등의 구비문학과 시, 소설, 드라마의 전통적인 문자 문학뿐만 아니라 그림책, 영화, TV 드라마, 뮤지컬 등의 다양한 매체로 표현되는 스토리텔링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문학이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치료적 매체나 콘텐츠로 활용하는 독서치료와 문학치료는 완전히 같지는 않을지라도 많은 부분에서 겹치는 면들이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출간된 책 『통합문학치료 수퍼비전의 이론과 실제』(채연숙 외 지음, 교육과학사, 2020년 5월)를 소개하고 그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문학치료 중에서 통합문학치료를 다루고 있고, 통합문학치료 중에서도 수퍼비전의 이론과 실제를 담고 있다. ‘통합문학치료’는 요즘 치료(therapy)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이름이다. 문학치료를 할 경우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문학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와 듣기, 읽기와 쓰기, 그림 그리기, 노래 듣기와 부르기, 명상, 동작 등을 부분적으로 포함하는 활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민담을 듣고 나서 그 느낌이나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고 거기에 제목을 붙이고 몇 단어나 한두 문장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이것을 다시 시로 쓰고 난 후 이와 관련된 것을 말로 표현하면서 피드백과 쉐어링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난 후 이를 다시 동작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문학치료가 미술치료, 저널치료, 상담치료, 동작치료, 연극치료와 무관치 않게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통합문학치료’는 이런 보통명사로서의 통합문학치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독일 EAG & FPI(Europäische Akademie für psychosoziale Gesundheit & Fritz Perls Institut: 유럽 심리사회건강 아카데미 & 프리츠 펄스 연구소) 방식의 문학치료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문학치료학회들, 즉 ‘한국문학치료학회’, ‘한국통합문학치료학회’, ‘대한문학치료학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학치료가 세 흐름을 이루고 있다. 즉 설화 중심의 고전 국문학에서 확산된 문학치료와, 독일에서 도입된 ‘통합문학치료’, 그리고 심리상담 연관 문학치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통합문학치료’의 수퍼비전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대학원에서 이미 문학치료를 공부하고 문학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학치료사들이 독일 EAG & FPI에서 실제로 받은 수퍼비전의 과정과 내용을 정리해서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수퍼비전의 현장감이 살아 있고, 통합문학치료 수퍼비전의 이론과 실제가 잘 연결되어 있다. 물론 100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수퍼비전 과정을 제한된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생략된 실습의 내용들이 실제로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자칫하면 산만할 수도 있는 내용들을 많은 시간을 들여 잘 정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각 장절(章節)에 적합한 제목을 붙이고, <글 상자>와 표로 잘 정리해준 것이 이해를 더 쉽게 해줄 수 있었다. 또 책이 대부분 두 분의 수퍼바이저가 수퍼바이지들에게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고 부분부분에서 수퍼바이지들과 대화하는 장면들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생생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의사로서 ‘통합문학치료’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페촐트(Petzold) 교수의 수퍼비전 내용을 담고 있고, 후반부에는 문학치료 수퍼바이저인 오르트(Orth) 교수의 수퍼비전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전반부에는 주로 통합치료로서의 문학치료 수퍼비전에 관한 이론과 실제가 다루어지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문학치료를 실제로 통합적으로 하면서 수퍼비전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현상학적 방법과 해석학적 방법, 내러티브 방법 등이 다루어지고 있고, 시간과 공간의 축을 중심으로 삶을 다루는 크로노토포스(Chronotopos) 방법, 삶의 5가지 정체성(심-신-영혼의 건강, 사회적 관계망, 직업-성과-여가-자유, 경제적 상황과 물질적 안정, 가치관-신념-규범)을 중심으로 수퍼비전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문학치료의 4가지 방법(통찰, 재사회화, 개인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체험 활성화, 연대 경험을 통한 치유)과, 상호 공감, 정서적 수용과 지지, 소통 능력과 관심 촉진 등을 포함하는 14가지 치유적 요소 등을 중심으로 문학치료 수퍼비전이 다루어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top-down 방식과 bottom-up 방식, 수용적 방식과 창의적 방식 등에 의한 교육과 실습이 함께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문학치료의 정체성과 문학치료의 특성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하고, 문학치료 수퍼비전 과정과 그 속에서의 문학치료사의 역할 등에 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한편 ‘통합문학치료’에 관한 책들이 이미 몇 권 출간되어 있는데, 이것들도 함께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 이론에 관한 책으로는 『문학치료』가 있고 그 실습의 내용까지 담은 책으로는 『통합적 문학치료』와 『With 문학치료: EAG-FPI 통합문학치료 실습』이 있다. 『With 문학치료』는 독일에서 ‘통합문학치료’ 실습을 한 체험을 담은 것이고, 『통합적 문학치료』는 우리나라에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통합문학치료’ 실습을 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책 『통합문학치료 수퍼비전의 이론과 실제』는 이런 책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한 층 더 높은 수준의 책으로서 ‘통합문학치료 수퍼비전의 이론과 실제’를 국내에서 최초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 책의 대표 저자인 채연숙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변학수 교수와 함께 ‘통합문학치료’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실천가이다. 채연숙 교수의 노력이 많이 배어 있는 통합문학치료 총서 제1권 『‘형상화된 언어’, 치유적 삶』과 총서 제2권 『With 문학치료: EAG-FPI 통합문학치료 실습』 및 『글쓰기치료: 이론과 실제』도 함께 보면 문학치료에 관한 심화된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기 여행, 자기 긍정의 글쓰기

말린 쉬위(Schiwy, Marlene) (2019). 일기 여행. 여성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신비한 여정(A Voice of Her Own. Women and the Journal Writing Journey) (김창호 역).
부산: 산지니 (원본발간일 1996년).


이경란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연구교수)

다음의 내용은 학회지 <독서치료연구> 제 12권 1호에 실린 것으로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이 책,『일기 여행. 여성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신비한 여정』(쉬위, 2019)이 처음에 눈길을 끈 이유는 일견 아주 사소할 수 있는 사실들이었다. 하나는 ‘여성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신비한 여정’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두드러지게 여성주의 관점에서 일기 쓰기에 접근하는 이 책이 남성 번역가에 의해 번역되었다는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20세기 후반 서구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여성운동의 정신과 결과를 담아 1996년에 출간되었던 이 책이 출간된 지 25년도 더 지난 2019년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의문은 역자의 글인「옮기고 나서」를 읽고 곧 풀어졌다. 역자는 오랜 기간 해직 교수 생활을 하다 2003년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 글쓰기 센터에서 이 책의 저자 말린 쉬위(Marlene Schiwy)를 만났다고 한다.

일기 쓰기 과정의 첫날 각자 무슨 연유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말하는 시간에 자신이 지금까지 “개인적인 문제를 포함해서 모든 현상을 외부적 관계로 바라보고 글을 작성하였는데, 지금부터 내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고 싶다”고 말하면서 난생 처음 대중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 준다. 이 만남은 일기 쓰기와 여성주의 둘 다 다양한 양태의 소수자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고 자아를 강화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린 쉬위의『일기 여행』이 가지고 있는 특징의 하나는 ‘일기’라고 하는 특정한 영역 혹은 특정한 글쓰기 작업을 둘러싼 아주 넓고 깊고 다양한 경험들이 ‘일기 여행’이라는 현란한 무늬의 양탄자를 짜는 씨줄과 날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 자신의 30여 년에 걸친 개인적 일기 쓰기 경험, 수많은 출판된 일기와 자서전들에 대한 독서 경험, 여성의 개인적 이야기와 일기를 주제로 한 저자의 학문적 연구과 강의,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저자 자신이 지도했던 여성일기 연구회들의 경험이 이 하나의 책 안에 조화를 이루며 하나로 엮어지고 있다. 저자 자신이 이 책은 “개인적이고 학문적인 일기에 대한 나의 오랜 관심의 끈을 하나로 엮는 작업”이었고 “오랜 세월 동안 읽고 연구하면서 여성의 개인적 글쓰기에 매료되고, 길고 짧은 경력의 일기 작가들과 자신의 삶에서

일기 쓰기의 역할에 대하여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리고 일기 연구회 지도자로서 내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번역서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책을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이렇게 저자가 일생 동안 “일기와 가진 사랑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들로 풍성하게 엮어내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단순히 일기나 글쓰기 혹은 자신의 내면 경험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로부터 여성문제, 여성문학, 독서치료, 글쓰기치료, 집단치료 등 전문적 영역에 관심있는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다양한 개인적, 학문적, 전문적 관심에 따라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얻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은 풍부한 내용과 자료들을 담고 있다.

일기 쓰기의 역할에 대하여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리고 일기 연구회 지도자로서 내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번역서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책을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이렇게 저자가 일생 동안 “일기와 가진 사랑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들로 풍성하게 엮어내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단순히 일기나 글쓰기 혹은 자신의 내면 경험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로부터 여성문제, 여성문학, 독서치료, 글쓰기치료, 집단치료 등 전문적 영역에 관심있는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다양한 개인적, 학문적, 전문적 관심에 따라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얻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은 풍부한 내용과 자료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있고 각 부에 들어 있는 장들은 모두 합해 열두 장을 이룬다. 1부「시작하며」는 일종의 서론으로 여성의 삶 속에서 여성들의 목소리 찾기 혹은 목소리 내기가 일기 쓰기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한 탐색이라면, 2부「마음속의 여행」을 이루는 여섯 개의 장들은 일기 쓰기에서 포괄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내면의 글쓰기로서 일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층위를 다루고 있다.

3부「함께하는 일기 여행」은 여러 여성들이 함께 모여 읽기를 쓰고 일기를 읽고 나누는 집단경험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 1부, 2부, 3부는 각각 일기 쓰기라는 여행의 시작, 본격적인 여행 과정에서 겪는 경험,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공공성을 지니는 집단경험, 이렇게 어느 정도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일직선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열두 개의 장들은 앞뒤 서로 참조가 되면서도 동시에 그 자체로 완결된 상태이다. 각각의 장이 중심 테마에 대한 변주곡이면서 동시에 마치 나선형처럼 나아가면서 되돌아오고 되돌아오면서 점점 넓어지고 점점 위로 올라가며 발전하는 그런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책의 첫 쪽에서부터 차례로 읽어가는 연속적 읽기도 제목들을 보고 마음에 끌리는 부분을 선택하여 앞뒤로 오고가며 읽는 선택적 읽기도 모두 만족스럽다.

사실 저자는 이러한 나선형 패턴이 우리의 삶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면서 동시에 일기 쓰기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기도 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저자가 린다 레오나드의 말을 빌려 강조하듯이 “삶과 정신적 성장이 나선으로 순환하는 하강과 상승의 고리 안에서 일어” 나기 때문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이 설득력있는 사례를 제공해준다.

저자는 우연히 지난 일기를 보면서 자신이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느낌을, 해가 지나가도 여전히 지독한 강박관념과 해소되지 않는 불안과 떨쳐버릴 수 없는 공포가 남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번째 다시 보면 흔히 새로운 것이 드러나곤 한다고, 흔한 주제에 대한 연속적인 기입이 새로운 통찰력, 훨씬 더 분명한 생각, 감정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암시한다”고 말해 준다.

이러한 경험이 알려주는 것은 지나치게 단단히 감긴 모양의 원처럼 보이는 것조차 대개는 완전히 폐쇄되지 않은 나선형이라는 사실이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듯한 벽을 마주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의미없이 반복되는 듯한 일상에 함몰되어 내가 없어진 듯하다고 느껴질 때, 조금이라도 상황을 혹은 나를 낫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듯하다고 느껴질 때,

그 모든 것을 기록한 일기를 보면서 내가 놓여있는 상황이 단단히 감긴 모양의 원이 아니라 “완전히 폐쇄되지는 않은 나선형”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일기는 그것의 내용이 어떤 어둠으로 물들어있어도 나의 구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누가 왜 일기를 쓰는가?”를 물으며 자신의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곧바로 저자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그 이상의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누가 왜 일기를 쓰는지 충분히 독자들을 설득한다. 좀 길지만 인용해보자.

왜 우리는 일기를 쓰는가?
캐서린은 결혼이 파국에 이른 고통의 한 가운데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녀의 일기는 누구보다 가까운 벗이라서,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고, 분노와 혼란의 감정을 모두 쏟아 놓을 수도 있는 사람이다. 캐서린의 말처럼, 일기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알고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일린은 2년 동안 체중이 백 파운드 가까이 감소하고 있을 때 자신의 모습과 감정의 변화를 일기장에 기록한다. 거울 앞에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외모가 급속하게 변모하는 동안,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내적 자아를 지탱할 수 있었다.

리타는 네 살과 한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면서 자신의 지력이 감퇴하지 않고 살아 있도록 일기 쓰기를 계속한다. 어린아이들을 돌보면서 잡다한 일상의 일 속에 파묻혀 있지만 예술적 감성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기에서 스스로 재확인한다.

아만다는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꿈을 일기로 기록하여 매주 담당 전문가에게 가져간다. 정신분석가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아만다는 자신의 정신적 삶을 표현하는 상징물들을 탐색한다.

지나는 매주 지역 신문에 연재하는 인간의 관심사 칼럼에 대비하여 아이디어와 관찰 결과를 공책에 기록해둔다. 그뿐만 아니라 단편 소설과 긴 논단에 필요한 영감을 자신의 일기장에서 얻기도 한다. 그러므로 일기는 지나의 직업 생활에 유용한 재료의 원천이 된다.

“자신에 대한 인식력을 높이고, 개성적 정체성을 탐색하고, 신뢰할 절친한 친구를 갖고, 기분과 감정을 쏟아내고, 삶의 연속성을 창조하고, 우리 자신과 사람과 사건에 대한 기억들을 보존하고, 불연속과 변화와 상실과 슬픔에 대처하고, 창조적 욕구를 탐색하고, 이야기, 시, 기타 다른 계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정신적 충격이 큰 환경을 이겨내고, 무의식에서 나오는 지혜를 얻는” 이 모든 놀라운 성취를 단지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으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례로 독자들을 설득해서 우리 독자들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일기를 쓰고 싶게 만든다.

특히 3장인「일기 여행의 시작」에서 제시해주듯 “일기 쓰는 데 잘못된 길은 없다”는 저자의 따뜻한 설득, 그리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고 느낌이 분명해질 때까지 잠깐 기다릴 필요가 있다면 “서재, 부엌, 또는 공원 벤치를 바라보는 전망을 묘사해보라.

레스토랑의 배경 소음과 갓 끓여낸 커피 향기, 눈앞 창가의 꽃 색깔, 세탁실 건조기의 덜거덕 소리, 기차간 앞 좌석에 앉은 사람의 기묘한 표정에 대한 글을 써라, 이들은 어떤 느낌, 추억, 감각을 불러내는가?”와 같은 실제적인 조언들은 주저하는 독자들도 일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동시에 저자는 일기 쓰기 여행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엄밀한 눈으로 지켜볼 수 있는 자신의 의지”임을 강조한다. 사회가 주입한 가치와 생각 그 아래 존재하는 지하 동굴, “수면 아래의 그 풍요롭고 신비하고 소란하면서 언제나 비옥한” 그곳이 바로 “우리 삶의 활기가 끓어오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의 표면 아래 존재하는 그 지하 동굴로 내려가는 일이 누구에게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고, 그래서 더욱 중요한 일이 된다. 이는 가부장적 구조를 유지하는 사회라면 예외없이 여성들에게 ‘인간’이기 앞서 ‘여성’이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신이 경험하는 그 모든 것을 통합시킨 온전한 인간이 되기를 권고받기보다는 소위 여성적 역할을 잘 수행하는 부분적 인간이 되기를 강요받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의 서구 여성운동을 야기한 많은 불평등이 해소된 듯 보이는 현재에도 여성들의 삶은 흔히 비합리적으로 혼합된 양가적인 목소리로 분열되곤 한다.

“성공을 위하여 노력하라 그러나 남편을 능가하지 마라.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쳐라 그러나 아이들을 소홀히 하지 마라. 탁월함을 입증하라 그러나 외무에 따라 평가받을 준비를 하라. 경쟁의 날을 세우기 위하여 노력하라 그러나 여성다움을 지켜라.” 두 명의 신을 섬기라고 요구받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흔히 겪는 혼란스러운 상황, 바로 여기에 일기는 개입한다.

여성들의 뿌리 깊은 의심과 불안, 자폐아처럼 소통되지 못하던 의심과 불안을 의식적인 검토와 도전이 가능한 층위로 끌어 올리는 평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판단하는 외부의 관점을 버리고 흥미를 가지고 호의적으로 인터뷰하는 사람처럼 자신에 대해 씀으로써 일기는 “너무 오래 숨어있던 사기꾼이 마침내 말하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그리고 일기를 쓴다는 바로 그 사실이 긍정적인 자존감에 호소하는 작업이 된다.

“아무리 일시적일지라도 펜을 종이에 접촉하면 자신의 삶이 가치가 있다는 직관이 재현된다. 오랜 시간 동안, 6개월, 2년, 5년, 자신의 일기는 자각과 정직으로 살기 위한 열정적 노력의 자아를 증명한다.” 일기를 쓰는 여행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순환이 된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우리 모두 할 수 있지만 결코 쉬운 성취도 아니고 열등한 성취도 아닌 “자각과 정직으로 살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자아의 증명” 바로 그 놀라운 일을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로 성취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글쓰기 혹은 글쓰기 치료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3장「일기 여행의 시작」이 제시하는 다양한 글쓰기 스타일, 양식, 기교에 대한 소개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여러 곳의 일기 연구회와 대학의 글쓰기 강좌에서 시도해 보았다는 “자유롭게, 붓 가는대로 빠르게 쓰기,” “나선형 글쓰기,” “부치지 않는 편지,” “꾸며낸 대화,” “다른 시각,” “목록과 개요,” “길잡이 심상,” 그리고 “시각적 일기 쓰기” 등 다양한 글쓰기 양식들은 관심있는 독자들이 혼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사례와 더불어 자세하게 설명되어있다.

특히 빠른 글쓰기를 확장한 “나선형 글쓰기”는 독자들이 스스로의 내면을 탐색하기 위해 사용해볼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글쓰기 양식이다. 어떤 주제를 두고 10분 동안 쓴 후, 방금 쓴 것을 읽어보고 눈에 띄는 문장이나 어구를 뽑아낸 후 이를 새로 시작하는 쪽의 맨 위에 써 놓고는 이 문장을 첫 문장으로 하는 새로운 빠른 글쓰기를 다시 시도해 보는 과정을 서너 번 이어달리기식으로 반복하는 방식이다.

한 자리에서 이 과정을 모두 완수할 필요도 없고, 지난 일기를 여기저기 잠시 뒤적이다가 그곳에서 눈에 띄는 문구를 만나 그것을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신의 글에서 어떤 한두 문장이 유별나게 눈길을 끈다면 그것은 흔히 자신에게 인상적인 이미지나 암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거나 스스로에게 완료되지 않은 무엇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므로,

이러한 인상적인 문장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쓰여진 글들은 마치 나선형처럼 일관성과 의외성 둘 다를 담고 있을 것이며,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의 일관성과 의외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한 글쓰기가 될 수 있다.

독서치료나 집단치료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3부에서 소개하는 일기 연구회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출판된 일기나 자서전들만이 아니라 일반 개인이 사적으로 쓴 일기도 서로의 정서와 생각을 나누는 좋은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기 연구회가 개인적 문제를 탐색하기 위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집단치료와 유사한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연구회는 막힌 창조성을 해방하는 치유의 여지를, 또 역으로 우리를 전인적으로 만드는 창조적 과정의 공간을 열어준다. 연구회 지도자의 목표는 수용적 개방성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인데, 그 속에서 여성 각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상호작용하는 많은 여성들의 삶에서 우리는 반복되는 주제와 양식을 보면서 여행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일기 쓰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의 일기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선택들을 보기 시작한다.

그녀 자신의 일기 여행인 이 책의 끝에서 저자는 마리온 우드만(Marion Woodman)의 말을 인용해 말한다. “만약 아주 멀리 여행을 한다면, 어느 날 당신을 만나러 그 길을 내려오는 당신 자신을 알아볼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말한다.

그럼 그렇지.” 그럼 그렇지 그렇고말고. 우리 모두는, 특히 사회적 표면 아래 깊이 숨어있는 자신의 지하 동굴을 감히 들여다보기 두려운 여성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은, 절실하게 “그럼 그렇지, 그렇고 말고”라고 말해주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일기 여행이 바로 그러한 자기 긍정의 여행이라는 점을 저자는 “여성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성들의 일기 여행”이라는 제목을 통해 잘 보여준다. 그럼 그렇지 그렇고말고.










다음의 내용은 2016년 6월 한국독서치료학회 세미나에서 동일한 제목의 강의 원고입니다.
교수님의 희망사항에 따라 pdf 파일 원본 그대로 싣고자 하니 양해바랍니다.
한국독서치료학회와 회원들을 위해 본 원고의 게재를 허락해주신 교수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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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책 읽기, 독서 개념의 전환과 확장

Transformational change and extension of Reading


신혜은
(경동대 유아교육과 교수)

독서 개념에는 중요한 두 변인이 들어있다. 읽는 주체로서의 사람과 읽을 대상으로서의 책, 이 두 변인의 관계는 책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역사 이래 지금까지 고정적이었다. 인류는 끊임없이 책을 쓰고 읽어왔으며, 책을 읽는 행위는 인류가 생존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변화가 없는 곳에 성장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의 발달 뿐 아니라 조직, 사회, 더 크게는 문명의 흥망성쇠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훌륭한 틀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틀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번영과 쇠퇴의 S자 종모양의 커브를 그려나간다. 이 커브는 다양한 자연현상 속에서, 이론이나 기술진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너무나 당연히 여겨지는 독서 개념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기존의 틀이 확고할 때 우리는 그 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틀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기존의 틀로는 보아지지 않던 현상의 이면을 발견하고 그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그런데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새로운 전환과 틀은 보통 기존의 틀 안에 있어왔다. 지동설을 생각해 보라. 천동설과 극명한 상반된 관점과 세계관이지만 지동설은 ‘지구와 태양’이라는 두 관계의 역발상적 전환에 있었다.

‘사람과 책’이라는 두 관계를 바라보는 기존의 독서 개념의 틀 안에서 새로운 시도와 틀을 찾아보려고 하는 이유이다. 책을 읽는 주체와 읽혀지는 대상의 관계를 전환시켜 보려는 시도! 물론 이는 급진적이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래야만 새로운 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책에서 사람 책으로의 전환!

책, 인간 몸의 상징: 책이 몸, 몸이 책






사람의 몸과 책은 서로 교차상징체이다. 몸은 책으로, 책은 몸으로 표현된다. 미셸 믈로(2013)에 따르면 척추는 책등, 목구멍은 중앙접지, 혈액은 잉크. 책은 하나의 몸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마치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직적이며, 대칭적이다. 또한 우리가 한 권의 책을 펼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뚫고 들어간다. 그리고 책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직조된다. 마치 동일하게 남아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우리의 몸과 같다



책과 독자의 경계가 있는가? 책과 인간의 공공구성


Drawing Hands By Escher(1948)



게다가 체화이론(embodiment theory)에 의하면 지금은 인공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인공물과의 상호작용 활동 특성을 중심으로 인간의 존재론적 재구성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인간의 마음, 몸, 활동, 환경 인공물 사이의 관계성을 묻는 몸의 철학의 틀로 지금까지 우리의 읽기를 새롭게 바라볼 때이다. 장 폴 사르트르 또한 ‘나는 내가 한 권의 책이 될 때, 내 몸에 사로잡힌 한 개인의 형상을 만들어낸다’라고 말한 바 있다.



책과 사람, 누가 선택하는가?

"The wand chooses the wizard... it's not always clear why.”

지팡이가 너를 선택할 것이다. 왜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우리가 책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그게 정말인지, 삶의 그 많은 국면들이 당신의 선택의 결과였는지. 나는 정말 이렇게 믿는다. 내 책이 내게로 왔다고... 자기 인생의 책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 책을 발견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책이 나를 불러 세웠고, 나를 선택했다고’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

"Wands are only as powerful as the wizards who use them "

지팡이는 오직 그것을 사용하는 마법사만큼만 힘이 있다

해리포터에게 지팡이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책이 있다. 지팡이가 그것을 사용하는 마법사의 힘만큼 그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면, 우리에게 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신이 사용하는 그 책의 힘은 당신만큼 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책이 아니라 그것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나, 그 책을 읽고 반응하는 또 다른 사람, 사람책이다.

우리가 사람책을 읽을 때 책에서, 그리고 책으로 우리가 원하는 일이 일어난다.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 그 경이로움을 만난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가 책을 읽지 말고, 책이 나를 읽게 해보자! 책이 나를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게...



새로운 책읽기의 관점과 접근

독서, 사람책 읽기



당신은 한 권의 사람책
지금까지 써왔고
지금도 쓰고 있고
아직 쓰이지 않은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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